잼늬 블로그

유보

2019. 2. 6. 23:16
728x90

 

 

집에 도착했다.

 

 

변한 게 없었다.

같은 풍경이었다.

 

 

집에 가는 것을 많이 미뤘다.

잠깐이라는 생각이 한달이 되고 두달이 되었다.

잠깐 들러도 하는 일 없이 앉아만 있는다.

사람들이 집에 왜 안가냐고 물으면

가면 하는 일 없이 가만히 있어서요 라고 대답한다.

사실 할 일은 찾으면 된다.

내가 집에서 할 일이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고향의 방문에 대한 핑계일 것이다.

 

유보하고 있다.

몇 달이고 몇 년이고 말이다.

 

 

집에 오니 깜순이가 반겨줬다.

깜순이는 올해로 8살이 되었다.

제 수명의 반정도를 살았다.

나보다 늦게 태어났으면서

나보다 빨리 늙는다.

깜순이를 안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콤콤한 개 냄새가

옷에 배는 줄도 모른다.

 

누나가 있었다.

오랜만이었다.

용산에서 일을 하고 있는 누나는

가깝지만 멀다.

서로 사는 게 바쁘다 보니 잘 못본다.

설 명절에 친척들을 보듯이

가족들을 보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괜히 당당하지 못한 처지 때문에

이런저런 말로 춘천에 가질 않는다.

 

 

이틀있었다.

시간으로 따지면 36시간 정도된다.

부모님께 인사를 했다.

깜순이에게도 인사를 했다.

뭉치와 쿠키는 못 봐서 아쉬웠다.

 

생각이 바뀌었다.

소중한 것에 익숙해지면

안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가방이 무거웠다.

 

 

춘천에서 안산까지는 3시간이 걸린다.

 

 

손이 무거웠다.

마음이 무거웠다.

한심하기도 했다.

미루는 이유가 하찮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미루다보면 시간이 멈춘다.

오늘이 어제가 된다.

내 시간은 10년 전에 멈춰있지만

다시 또 생각이 피어오르면

다른 것을 채워 넣는다.

 

'일상 > 가끔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무리  (0) 2019.03.05
눈봄  (0) 2019.02.20
말장난  (0) 2019.02.11
속잠  (0) 2019.02.08
감기  (0) 2019.02.04
답보  (0) 2019.01.30
두통  (0) 2019.01.28
혜화로  (0) 2019.01.27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