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늬 블로그

심독

2018. 11. 2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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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일주일 중 가장 차분한 날.

 

 

서예는 2시간이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당한 시간이다.

좋은 글귀를 쓰는 수업을 하고 있다.

 

교수님은 글자를 왜곡해서

극적으로 표현하셨다.

흉내를 내봤다.

 

'만드는 대로 된다'

앞에 무엇이든지 붙이면 된다.

 

꿈은 만드는 대로 된다.

인생은 만드는 대로 된다.

사랑은 만드는 대로 된다.

불안은 만드는 대로 된다.

 

무엇을 쓸까 계속 고민했다.

셰익스피어의 명언을 검색했다.

 

'지금이 제일 비참하다고 할 수 있는

동안은 아직 제일 비참한 게 아니다'

 

마음으로 읽었다.

 

교수님은 내가 저 문구를 종이 옮겼을 때

장난을 걸으시며 위로해주셨다.

 

비언어적 위로라고 해야하나.

(내 턱을 톡톡 두르려주셨다)

 

오늘은 블루데이다.

계쏙 마음이 파랬다.

 

 

서예가 끝났다.

서예도구를 사물함에 가져다 놓았다.

 

 

항상 이 시간에는 태양이 정면에 위치하고 있다.

일부러 눈이 아프게 사진을 찍었다.

밝은 곳을 응시하게 된다.

주위가 어두워진다.

하나에 집중할 수 있다.

 

 

비참한 것은 슬프고 끔찍한 것을 말한다.

스피노자가 정의한 감정을 공부했던적이 있었다.

 

이해하기 어려웠다.

내 안에 있는 것들인데 멀게만 느껴졌다.

 

슬픔은 큰 완전성에서 작은

완전성으로 변하는 것이라고 한다.

 

절로 입에서 비참하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작아지는 완전성 위에서 끔찍함을 느꼈다.

 

 

아무도 없다.

피상적인 관계다.

 

타인에게 관대하던 그 자신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생각이 깊고 뿌리깊다고 자부했었다.

 

지금은

 

작은 바람에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을 것도 같다.

날씨가 춥다.

 

 

108계단을 걸으면서 두 가지 생각을 한다.

언제 올라(내려)가나.

넘어지면 아프겠지.

 

 

팀플이 있다.

2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서 집으로 향한다.

굳이 집에 가는 이유는 갈 데가 없다.

불편하다.

 

 

첫눈이 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직인가 보다.

눈대신 비가 왔었다.

한파가 몰아닥치면 괜찮아 질 수도 있겠다.

 

이유도 모르고 있어야 한다는 게 참 끔찍하다.

 

 

비참하다.

마음이 파랗다.

발버둥 치고 싶지 않다.

눈을 감고

귀를 닫았는데

들리고 보인다.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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