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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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세팅 알바를 갔다. 12시가 넘어서 새벽에 겨우 구했다. 돈이 급한 건 아니다. 아직은 버틸만 하다. 경제활동 없이 공부만 하는 게 불균형하다고 생각했다.

 

[알바조건]

 

일시 : 181031(수) 10:00~15:00(5시간)

급여 : 45000원(당일지급)

기타 : 일하기 편한복장

장소 : 올림픽홀

 

 

거리가 멀었다. 2시간 30분이나 걸렸다. 이동시간이 일하는 시간과 같다. 시간대비 효율이 없는 일이었다. 그냥 앉아있는 것 보다는 나아서 했다. 가리면 아무것도 못한다.

 

 

태어나서 처음 와보는 올림픽 공원이다. 일하러 왔기 때문에 마냥 기쁘지는 않았다.

 

 

날씨가 정말 좋았다. 단풍이 들었다. 떨어지기 전에 화려하게 물든 모습을 보고 주제의식이 떠올랐다. 불나방(사실 불나방은 불속으로 뛰어드는 게 아니다), 최후의 만찬 등등 아무튼 일을 시작했다.

 

작업장에서 대리(?)로 불리는 분이 목장갑을 줬다. '이거 끼세요 손다쳐요'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장갑을 끼고 물건을 옮겼다. 생각보다 무게가 나가는 물건이 많았다. 작업 중간에는 눈치가보여서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었다. 사진을 못 찍은 게 좀 아쉽다. 퇴근할 때 찍은 게 전부다.

 

단순노동이다. 반복작업이다. 힘을 쓰는 일이다. 한가지 놀랐던 점은, 일하는분들 전부 힘이 세지 않다는 것이다. 힘이 세다기보다는 힘을 쓸 줄 알았다. 힘의 효율을 이끌어내는 것이 협업인데, 나는 사람들의 작업프로세스에 동화되지 못했다.

겉돌다 한소리도 들었다. 한두시간만에 사람들과 척척 일을 해낼 수는 없느 일이었다.

 

[캐릭터]

 

곰아저씨 : 곰같이 몸이 크다, 넉살이 좋다, 본인이 장사를 하고 있고 이 일은 잠깐 하는 것이라고 했다.

패딩아저씨 : 뽀글머리에 카키색 숏패딩을 입었다, 반장(?)급이었다. 암튼 관리자의 역할이었다. 사투리를 쓰고 상남자스타일이다.

꼬마아저씨 : 키가 매우작다. 까칠하다. 소눈같이 눈이 부리부리하다.

뺸질이 : 나이키 조던 모자를 썼다, 철지난 울프컷을 하고 있다. 동아방송대학 연극과라고 했다. 키가 작다. 약간 뺸질거린다.

막냉이 : 팀의 막내로 보인다. 나보다 어려보인다. 능숙하게 일을 해낸다. 마르고 키가 크다.

사자후아저씨 : 초반에 화장실을 가려고 건물 내부에 들어가니 어디에서 왔냐고 호통을 쳤다. 알바왔다고 하니 그냥 알았댄다.

핏왕아저씨 : 안전화를 신었는데도 불구하고 핏이 살아있다. 결혼 한듯하다(네번째 손가락 반지), 삼촌같이 따뜻하게 대해줬다.

 

일이 연속적이지는 않아서 막 힘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기술은 나날이 발전한다. 기계가 사람이 할 일을 점점 대신하는 것을 느꼈다. 트럭에 리프트가 있는데 무거운 건 다 그것으로 옮겼다.

 

 

퇴근하면서 찍은 사진이다. 저런 것들을 옮기면 된다.

 

 

천막을 치기도 했다. 천막 하나는 치는데도 나름대로의 공식과 노하우가 있었다. 위치선정이 관건이다. 천막을 끈으로 고정해야하는데 단단히 끈을  묶을 수 있는 곳에 설치해야한다. 위의 사진에서는 돌덩어리에 묶었다.

 

 

멀리 쓰레기통과 트럭이 보인다. 점점 멀어진다. 5시에 칼퇴를 했다. 잔업은 상관 없었는데 말이다.

 

 

올림픽공원을 나가는 길이다. 방지턱에서는 속도를 줄여야한다. 방지턱에 오르면 지상에서 멀어진다. 조금이지만 우뚝 올라설 수 있다. 지금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이다. 아니면 방지턱일 수도 있다.

 

 

장갑을 벗어보니 손에 상처가 나있었다. 손을 베이고 피부가 벗겨졌다. 안 다치게 일하는 게 최고다.

 

 

지하철을 기다린다. 다시 2시간 30분을 달려야한다. 교통비를 빼면 얼마 남지도 않는다. 시간을 갈아 넣은 기분이다.

 

집에 도착하니 꽤나 피로했다. 오랜만에 몸을 움직였다. 잠이 잘 왔다. 할말하다. 거리만 가까웠다면 주기적으로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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