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1학기가 종강했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방학 때는 일을 하면 되고
학기 중에는 강의를 들으면 된다.
크리에이티브란 상품이 줄 수 있는 이점과
특정한 소비자의 욕구를 이어주는 일이다.
애옹이가 잘 보이지 않는다.
대신 망토냥이가 있다.
서울예대에서 흔히 황천길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후문에서 기숙사까지 한번에 갈 수 있는 지름길이다.
얼마나 밟고 다녔으면 길이나서 풀이 자라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특단의 조취를 취하려나 보다.
펜스의 기둥이 박혀있다.
아마 다음학기에는 황천길을 이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언제나 그렇듯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지만 말이다.
가동 옆에 스튜디오에서 발견한 커뮤니케이션의 흔적이다.
가벽들 속에서 자갈을 주웠다.
어색해서 괜히 카펫을 들어 옮겼다.
핸드백이 생겼고 붙임머리를 했고 어부가 되었다.
참 분업이 잘 되어있는 학과다.
행정상 종강은 저번주였다.
학교에는 나같이 늦은 종강을 하는 사람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마지막날에는 지각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
어차피 다 일시적인 것들이다.
빨간다리 도서관은 방학 중에도 운영을 한다.
은근히 구름이 낀 날이었다.
비밀의 문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앉을 수 있는 곳이 있다.
주의할 점은 물건에 흠집이 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빨간 신발을 신었다.
아무도 없었다.
멀리있는 친구한테 연락이 왔다.
전화도 아니고 문자도 그저 그랬다.
존배를 걸어놓고 기숙사를 찍었다.
좋은 날이 많았다.
신발을 갈아 신었다.
컨버스는 발이 아팠다.
안산천에는 벌레가 많다.
굳이 왜 가냐는 질문에 그냥이라고 했다.
무작정 사진기를 들고 나섰지만 찍은 것은 몇 장 안된다.
괜히 기분이 안좋아져서 대화를 멈췄다.
남의 말을 들어주는 일이 지칠 때가 있다.
하늘 걷기를 하려다 말았다.
다시 사람들이 몰렸다.
밤 중에도 하늘은 보여서 구름이 가득한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가로등에는 하루살이들이 들끓었다.
벤치에 앉아 있으니 옷 위로 개미가 기어다녔다.
눈에 항상 밟히던 게 사라졌다.
홀가분하다는 것이 이런 기분일까.
여름인데 옷을 여러겹 껴입었다.
안으로 들어가는 길에 만난 사람들은
그 겹게 살뿐 나와는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다.
어차피 아니었던 것을
억지로 따라하다보니 탈이 날 수밖에 없다.
갈비뼈 안쪽이 아픈이유는 사실
심적인 이유일 수도 있다.
멀리서 그래도 소식이라도 들었던 것이
결국엔 남는 것 하나 없다는 것을
남들이 수년 전에 알아버린 사실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학기가 지났다.
최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