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늬 블로그

움직임

2023. 9. 26.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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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TV 속 댄스가수이다. 공중제비를 돌고 물구나무를 서는 등의 화려하고 현란한 모습을 보면 멋져서 감탄을 하기도 하지만 벽과 거리감도 생긴다. 춤, 그것은 나와는 상관없는 것 또는 쉽게 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춤이라는 게 뭔지 알고 있고 힙합, 비보잉, 댄스스포츠 등의 분류가 있는 것도 알고 있다. 딱 이정도. 개념을 이해하고 인지하는 것이다. 위에 말한 것처럼 본인도 그랬었다. 나와는 상관이 없지만 눈으로만 즐기면 그만이고 몸치 박치인 내가 감히 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결론이 났었다.

 

크게 관심이 없었다. 춤이라는 것에 대해 개념만 인지하는 정도까지의 관심도를 갖고 있었다. 물론 누구나 그렇듯 마음 한 켠에는 나도 저렇게 TV 속 댄스가수처럼 멋지게 춤을 추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상상정도는 해봤다. 또는 망상. 이후에 근 30살이 다 되어서, 정확히는 20대 중후반에 생각이 바뀌는 계기가 있었다. 무용을 하는 친구를 만났고 그 친구는 '움직임'이라는 말을 썼다. 그친구에게는 일상이었던 말이 내게는 크게 다가왔다. 춤이라고 하면 뭔가 벽과 거리감이 느껴졌는데 움직임이라고 하니 그 벽과 거리감이 사라졌다. 같은 말이었다. 몸을 움직여서 뭔가를 표현하는 예술이다.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을 고쳤다. 춤은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것과 상관이 있었다. 숨을 쉬는 움직임, 걷는 움직임, 팔을 뻗고, 다리는 교차하는 움직임 모두가 춤이었다. 약간 과장하자면 그렇고, 그 움직임에 내가 뭔가을 담으면 춤이 된다. 물구나무를 서서 헤드스핀을 하고 공중제비를 반드시 돌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인식을 고치는 계기였다. 의미를 담고 혼을 담으면 그건 예술이고 춤이었다.

 

그렇지만 용기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일상의 움직임은 익숙한 움직임이지만 뭔가를 담는 순간부터는 낯설어진다. 무겁고 무섭기도 해진다. 팔을 뻗어서 나아가는 의미를 담으면 더이상 단순히 팔을 뻗는 게 아니라 나아가는 움직임이 된다. 춤은 말이 없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춤, 무용, 움직임 잘 모른다. 전공한 사람들이 보면 너무 감상에 젖어서 해당 분야를 지나치게 미화하고 판타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도 상관은 없다. 비전공자가 느낀 그대로다.

 

이제 본론이다. 서론이 길었다. 댄스 학원을 다니고 있다. 직장을 다니면서 이렇다할 취미가 없어서 다니게 되었다. 장르를 배우는 클래스는 부담이 되어서 기초반을 끊었다. 집중해서 1~2시간이면 할 수 있는 동작을 8시간에 걸쳐서 배운다. 이제 6개월째이고 처음부터 함께 했던 선생님은 떠났다. 아쉽지만 다음 선생님이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6개월간 나의 춤 실력은 아주 약간은 늘었다. TV나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멋진 댄스를 할만한 실력은 아니다. 그간에 얻은 것은 움직임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진 점이다. 위에서 떠든 것처럼 움직임은 우리 일상이고 의미를 더해 움직이면 춤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러기는 쉽지않다. 여태 춤을 추지 않고 살아왔던 관성이 쉽게 바뀔 수는 없는 일이다. 본인은 댄스 학원을 다니면서 2개월쯤부터 아무런 생각이 없어졌다. 처음에는 못하면 어떡하지 생각했고 월말에 하는 촬영은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직장생활의 활력으로 어떻게 하다보니 다니게 된 학원이 일 외에 할 게 더 늘어난 꼴이라 피곤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생각이 없어졌다. 지금은 틀리면 틀리는 대로 몸 가는대로 선생님이 알려준대로 움직이고 있다.

 

춤에 대한 생각과 행동이 달라졌다. 생각은 무용하는 친구를 만나면서이고 행동은 댄스 학원을 다니면서이다. 요즘은 직장 동료 몇몇에서 간단한 동작을 보여줄 때도 있다. 아니면 대학 동기들과 만났을 때도 길거리에서 잠깐씩 보일 때가 있다. 나름 시간과 노력을 들여 완성한 춤을 자랑하려는 마음과 나보다 더 부끄러워하는 친구들의 반응을 즐기기 위해서 그러기도 한다.

 

이 글의 동기는 선생님이다. 6개월간 춤을 알려주신 선생님의 마지막 날이었다. 마지막 월말 평가 촬영을 하고 다함께 모여 사진을 찍고 그 동안의 감사함을 나눴다. 선생님과 특별히 소통은 없었고 수업을 듣고 귀가하는 사람이었지만 6개월간 얼굴을 봤으니 내적친밀감은 있었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마무리했다. 2년간 본 수강생도 있었다. 선생님은 선생 이전에 댄서이기에 여러 채널에서 근황을 볼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결론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풀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라. 학원이든 취미이든 모임이든. 싫어도 3개월이면 사람은 변한다. 춤은 움직임이다. 멀지 않다. 일기는 생각과 감정을 배설하는 글이다. 누가 보든 상관 없이 그 순간 떠오르는 모든 것을 담으면 된다. 할말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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