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늬 블로그

나쁜결과

2022. 8. 30.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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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의도가 반드시 좋은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애석하게도 맞는 말이다. 반대로 생각한다면 나쁜의도가 좋은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소리가 된다.

 

언젠가 유튜브에서 바닥에 떨어진 새 함부로 줍지 말라는 내용의 영상을 본 적이있다. 그 새는 둥지를 이동하는 이소 중일 수도 있고 주변에는 어미새가 지켜보고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은 선한의도를 가지고 버려진 새를 집으로 데려와 키우면 좋은일을 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어미와 생이별 시킨 납치범이 되는 상황이다. 이런 경우는 셀 수 없이 많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선한의도를 가지고 한 행동이 되려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경우 말이다.

 

의도는 좋았다 그러나 어떻게 되었는가.

 

고양이가 있다. 비둘기를 물고간다. 고양이를 쫓아내고 비둘기를 구했다. 죽어가는 생명을 구한 사람은 뿌듯하다. 고양이는 죽었다. 비둘기를 사냥할 때마다 사람이 방해를 했기 때문이다. 비둘기가 많아졌다. 농작물에 피해가 발생했다. 사람들은 비둘기를 줄이기 위해 고양이를 풀었다.

 

선한의도의 선택이라는 개입을 통해 고양이는 죽었고 살았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선의를 증명하는 것 같지만 알고보니 선의를 뒤집어쓴 독성배였다. 만약 가만히 있었다면 이렇게 돌아서 올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결과가 나빴고 대안을 찾아냈다. 선의의 지속성에 관한 문제도 있으며 선한 의도의 순결함에 의심이 생기는 문제도 있다. 우연적이고 연쇄적이며 알 수 없다.

 

나의 가치관으로 선택한 선한의도가 나를 만족시키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게 과연 진정한 선의가 될까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한다. 내가 착한일을 했다는 그 느낌을 채우기 위한 선택이, 도덕적 우월감을 돋보이게 할 장식이, 세상을 밝게 만든다는 착각이 포장지에 불과하다면 말이다.

 

잠깐 치우쳤다. 다시 돌아왔다. 나의 가치관이 절대적일 수 없으며 모든 일에는 이해관계가 있다. 나쁜결과의 저변에는 숱한 선한의도가 깔려있다. 알 수 없는 일이다.

 

결론이다. 정반합의 논리로 설명이 가능하다. 모든 선택이 가능한 것들은 선한의도가 나쁜결과와 충돌하는 과정이 무수히 반복되면서 성장한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다. 어제의 결과가 오늘의 과정이 되어 죽기 전까지 선의를 고민하며 진화할 것이다.

 

그래도 하다보면 웬만큼 걸러지니 거대한 과정들 앞에서 주눅들 필요는 없다. 현재의 선함이 최선의 선택이라면 후회할지언정 물러설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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