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온다.
막 쏟아지지도 않고
부슬부슬 내려서 아무것도 못 하게 하는 그런 비다.
땅은 젖었고 전처럼 아무생각없이 비를 맞을 생각은 없다.
아이디어니 사유니 하면서 떠올리는 것을
지나치게 특별하게 여겼다.
전에 희곡을 대하듯이 말이다.
사실 판만 깔면 알아서 다 되는 것들이다.
빗소리를 들려주던 웹사이트가 생각났다.
녹음해서 들어보니 비슷했다.
에탄올이 말라갈 떄 쯤에 손에는 섬유향수가 있었고
승무원이 쓴다는 핸드크림의 입구는 말라붙은
핸드크림 잔여물로 지저분했다.
에어컨 실외기에 부딪히는 빗소리가 크다.
의무적으로 채워넣은 노트에 기대기에는
시간이 많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