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스무살이 되었을 때 꿈일 키웠던 곳이 있었다.
꿈동산이라고 칭하겠다.
꿈동산에서 같이 공부를 하던 친구의 신발이 굉장히 예뻤다.
처음보는 브랜드였고 노란색 스티치가 인상적이었다.
나이키 포스나 덩크같은 운동화만 신던 내게
구두스타일의 신발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친구에게 신발의 브랜드가 뭐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뭔가 부끄러웠다.
지방에서 갓 상경한 사람의 작은 자격지심일
수도 있고 원체 부끄럼이 많았다.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그 신발의 브랜드를 알게 되었다.
워낙 유명해서 찾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닥터마틴이었다.
닥터마틴 신발은 전부 화려했다. 화려해보였다.
꿈동산에서 친구가 신었던 신발은 1461 3홀 블랙이었다.
그당시 나는 목이 있는 신발을 선호했다.
그게 좀더 멋지다고 생각했다.
닥터마틴을 구매하기로 했다.
1460 8홀 체리레드
내가 고른 최초의 워커이자 내 인생 최초의 워커이다.
당시 학생신분에 닥터마틴은 꽤나 비쌌다.
돈을 모았다.
그리고 구매했다.
꿈동산에 닥터마틴을 신고 갔을 때의
기분이란.. 구름위를 걷는 것 같았다.
본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신발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닥터마틴에서 최초로 출시한
신발이 1460 8홀 체리레드라고 한다)
다이소에서 구매한 투명 리빙박스에 보관하면 딱이다.
나는 거의 모든 신발을 이런식으로 보관한다.
다이소 투명 리빙박스 링크
종이박스는 젖거나 찢어질 수가 있어서
플라스틱으로 된 상자를 찾다가 발견했다.
신발보관에 대해서는 따로 포스팅을 해야겠다.
신발을 세워서 보관하고 싶지만
그럴만한 기성제품이 없고 굳이 주문제작을 하고
싶지는 않아서 눕히는 것으로 타협했다.
나는 컬렉터가 아니라서 신발상태에
대해서는 관대한편이다.
자태가 곱다.
전에는 새것같이 빳빳한 느낌이 좋았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에이징된 모습이 좀더 멋지다고 생각한다.
앞코가 얄쌍하지는 않고 보통이다.
닥터마틴의 트레이드마크인 힐루프이다.
검은바탕에 노란색으로 'AirWair'라고 적혀있다.
제품명이 1460 8홀 체리레드이다.
여기에서 8홀은 신발구멍(아일렛)의 갯수를 의미한다.
세어보면 8개가 맞다.
그래서 구멍이 3개인 1461은 3홀이다.
닥터마틴의 또다른 트레이드마크는 노란색 스티치이다.
굿이어윁트 제법으로 제작된 신발인데
이때 노락색 스티치를 사용한다.
노란색스티치는 사용자마다 호불호가 갈린다.
본인은 개인적으로 노란색 스티치가 좋다.
(물론 아드리안이나 모노같은 신발에는 안된다)
닥터마틴의 밑창은 튼튼하기로 유명하다.
몇년씩 신어도 뒷축이 조금 닳는 것
외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거의 모든 워커는 창갈이가 가능하기
때문에 워커는 10년 넘게 신을 수 있다.
신발끈(슈레이스)은 기본적으로
검정색과 노란색이 제공되는데
사진에 보이는 것은 검정 고무신발끈이다.
아무래도 목이 있다보니 신고벗으려면
신발끈을 풀었다 묶었다 해야하는게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다.
스타일을 놓치지 않으면서 편의도
생각해서 고무신발끈을 사용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괜찮았다.
닥터마틴 관리용품인 발삼을 바르지
않았는데도 광택이 살아있다.
최근 몇년간 신지 않았다가
포스팅을 위해 꺼내봤는데
새삼 추억에 잠겼다.
키높이 효과도 있고 참 멋진 신발이라고 생각한다.
가을이 되면 다시 꺼내서 신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