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춘천 삼운사에 방문했습니다. 불자는 아니지만 불교의 가르침이나 사찰의 고즈넉함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마침 퇴사하여 시간도 낫고 부처님 오신 날도 돌아와서 전에 방문했었던 삼운사에 다시 들르게 되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에는 불자와 불자가 아닌 사람들이 근처 사찰로 모여듭니다. 삼운사도 마찬가지라서 근처에 주차할 곳이 마땅하지 않기에 약간은 걷더라도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하는 게 좋습니다.
일기예보에는 오전에는 말고 오후에는 비가 내린다고 하여 오전부터 약간은 구름이 끼고 흐린 날이었지만 나름 햇빛도 들고 하여 밝은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정문이 아니라 약간 뒷문으로 들어갔습니다. 뒷문에는 놀이터가 있고 연등이 걸린 마당이 있습니다. 들어가는 길목에 자그마한 놀이터가 있어서 노는 아이들 소리가 들리기도 했습니다.
사찰에 도착하면 수많은 연등이 맞이해 줍니다. 연등마다 저마다의 소원을 적어 넣은 것이 인상적입니다. 바람도 약간 불어서 자연스럽게 흔들리는 연등이 멋졌고 밤에는 아마 불도 켜져서 더욱 멋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찰 안쪽 넓은 광장에는 이런저런 천막이 설치되어 있고 여러 가지 체험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참여하기도 하고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곳곳에 동물형상의 설치물이 많았습니다. 코끼리, 돼지, 봉황, 용입니다. 이걸 보면서 석가탄신일에만 쓰는 것이라면 그동안에는 어디에 보관하지? 라는 의문이 잠깐 들기도 했지만 금방 잊고 구경했습니다.
사실 특별할 건 없고 매년 비슷한 느낌이지만 막상 석가탄신일이 돌아오면 뭔가 활기찬 분위기가 되면서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를 이루는 것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중간에는 탑도 있습니다. 실제탑은 아니고 모형이지만 유광의 은색탑이 꽤 인상적입니다. 사찰 이곳저곳을 보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는 조형물들이 있는데 그냥 넘어가면 됩니다.
석가탄신일에는 누구나 공양도 가능합니다. 공양은 쉽게 말해 식사입니다. 사람들이 어디론가 가는데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공양실이 나옵니다.
공양실 입구에서 사찰 관계자가 검은 비닐봉지를 줍니다. 신발을 검은 봉지에 넣어서 들고 들어가야 하는 시스템입니다. 아마도 신발 분실 사고가 있었거나 예방차원에서 그러가 봅니다.
공양은 반드시 공양실에서만 할 필요는 없고 야외에서도 공양은 가능합니다만 공양실에서 공양하는 게 먼지도 안 적고 깔끔합니다. 안 쪽에는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금방 자리가 났습니다.
오늘의 공양입니다. 비빔밥과 물김치입니다. 사찰음식은 고기를 사용하지 않는 게 특징입니다. 갖은 채소와 곡물을 통해 맛을 내는 건 특유의 사찰요리 문화로 발전되어 오고 있습니다.
비빔밥은 그릇낭비도 없고 맛도 좋아서 좋은 메뉴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물김치도 다가오는 더위에 깔끔하고 시원한 맛으로 적당하다고 봅니다.
비빔밥을 야무지게 비벼서 먹었고 물김치도 그냥 그릇째로 들이켰습니다. 특별한 맛이 있지는 않았지만 공양하는 마음으로 싹싹 긁어서 먹었습니다.
그릇은 나가면서 반납하면 되고 나가면서 떡과 물을 줍니다. 공양 자체만으로도 상당한데 추가적으로 음식을 챙겨주니 상당히 풍요로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공양을 완료하고 다시 한번 행사장을 돌았습니다. 좀 전에 봤던 그대로이지만 공양 후의 느낌은 또 달랐습니다. 오후가 되니 점점 사람이 늘어났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에 절에 들렀고 공양도 했습니다. 불자는 아니지만 불교 가르침에 관심이 있는 편입니다. 어쩌다 이렇게 한번 방문한 사찰은 사람이 많아서 특유의 고즈넉함은 없지만 조용한 활기가 굉장히 기분 좋은 에너지로 다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