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르: 첩보물, 액션, 스릴러 · 감독: 샘 멘데스 · 각색/각본: 닐 퍼비스, 로버트 웨이드, 존 로건 · 런닝타임: 143분 · 국내등급: 15세 관람가
화려한 액션은 없지만 시간순삭, 작지만 거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 007이 나아갈 방향.
007은 더 이상 예전의 야수가 아니라 늙다리 취급을 받는다. Q는 컴퓨터를 잘 다루는 청년으로 나오는데 몸으로 뛰는 007과는 대비적이다. M은 과거에 평소하던대로 피도눈물도 없이 이해관계에 따라 요원의 목숨을 거래했다. 그 중에 하나가 마음에 불씨를 품었고 M에게 마주하게 된다.
악당은 세계를 멸망시키거나 사람을 죽이기 위한 인물이 아니다. 대척점에 서 있기 때문에 악당이라고 표현했을 뿐 사실 악당이 아니다. 쓰이고 버려지는 존재. 토사구팽 당하는 개가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어 물어버리면 그걸 누라 뭐라고 하겠나.
강약은 선악을 구분하는 기준이 아니다. 착가해서는 안된다. 이해에서 오해로 다시 이해로 가는 과정에 M은 더 이상 없었고 새로운 M이 탄생한다. 007과 M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돌아가 날것그대로의 과거를 마주한다. 007은 아직 이해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다. 악당과 007의 차이는 오해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이다.
인내심의 문제가 아니다. 죽고 사는 문제다. 죽겠는데 명분이 무슨 소용일까.
카지노로얄에서 끓어오르고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 삐끗하다가 스카이폴에서 넘처흘렀다고 볼 수 있겠다.